통곡하는 존재를 위한 글쓰기
통곡하는 존재를 위한 글쓰기
  • 문종필
  • 승인 2023.11.03 18:01
  • 댓글 0
  • 조회수 19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제 저녁 5회 ‘죽비 문화 다 평론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집 앞에서 머뭇거렸습니다. 아내는 이런 저를 벤치에 앉아 조용히 기다려 줍니다. 문학상에 대해 생각합니다. 동시대에 존재하는 너무나 많은 문학상을 떠올립니다. 며칠 전에는 함께 글 쓰는 동료가 문학상의 종류를 카톡으로 보내주며 문학상의 쓸모 없음에 대해 이야기한 것도 떠오릅니다. 어느 한 시인은 시비와 문학상을 비판하며 자신의 글이 독자에게 읽히지 않는 것이 작가로서의 죽음이라며 상징적인 기표가 부질없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도 기억납니다. 문단에서 ‘문학상’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 이러하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상은 제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아내는 서울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으니 저보다 서울 명소를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스마트 폰도 요렇게 저렇게 잘 움직일 줄도 알고 유용한 검색도 잘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강 전망이 보이는 ‘채그로’라는 카페에 앉아 이렇게 이어서 글을 씁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한강의 모습은 광활한 인천 앞바다 같습니다. 바다처럼 거친 감각은 없었지만 잔잔한 흔들림이 무엇인가 우울의 흔적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또다시 문학상의 쓸모와 인정 욕망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평론은 무엇일까요. 저는 솔직히 ‘평론’이 어떤 것인지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장르와 동일하게 ‘자유’를 품고 걸어간다는 것은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특정한 개념(이론)에 구속되지 않은 채, 오랜 시간 벌새의 날갯짓을 탐했습니다. 그러니 위험도 컸고, 틈도 여러 곳에서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걸어간 길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의 결핍과 모순을 평론 쓰기를 통해 확인하는 과정은 고통과 즐거움을 배우는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글을 잘 쓰지 못합니다. 철학적 이론도 박식하게 알지 못하고, 싱겁지만 종종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틀립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아웃사이더’라는 위치가 있었고, 그곳에서 고백하는 재주가 있었습니다. 이 지점을 제 문학의 무기로 삼았습니다. 그곳에서 고백의 형식을 통해 남들과는 다른 문학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심사위원분들께서 여러모로 부족한 저를 지지해 주셨던 것도 이런 애달픈 목소리에 힘을 보태주시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자유롭게 살아보겠다는 문학의 정신에 힘을 보태 주신 거라고 짐작해 봅니다. 
  늘 항상 사막 한복판에 홀로 던져진 느낌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문학 할 수 있는 삶이 고귀하거나 위대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문학에 온전히 전념할 수 있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난날이 부끄럽습니다. 저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지금 잘살고 있는 것일까요. 앞으로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을 챙길 수 있을까요. 한강은 아내나 저나 처음 가는 길이라서 길을 잃습니다. 그래서 그곳 주민에게 지하철역까지 가는 길을 물어봅니다. 아저씨께서는 따라오라고 합니다. 말을 이어 너무나 많은 사람이 강물 위로 몸을 던진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듣고 제 글이 난간을 붙잡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는 인조인간 ‘차차’처럼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애쓰고 싶습니다. 저의 무기였던 내적인 ‘고백’을 밀어내고 슬프고 아픈 존재들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잘할 수 있겠지요. 오늘 평론가 선배님들께서 소중한 상으로 힘내라고, 한번 마음껏 가보라고, 응원해 주셨으니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목소리를 책상에서, 광장에서, 지하철에서, 읽고 낭독해 주신 분들에게, 호평이든 혹평이든 글을 써주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